' Yon Ho Kyung '
도자기에 유쾌한 시선을 더해, 오늘의 그릇을 만들어가는 연호경 작가를 만났습니다.
그녀와 함께한 인터뷰를 지금 바로 확인해보세요.

Q.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통 분청 도자기를 지금의 재료와 사적인 생각으로 장식하는 도예가 연호경입니다.


Q. 작가님의 근황이 궁금해요.
저는 현재 대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도예가로서 생각을 흙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좀 있었거든요.
하지만 단순히 노력하는 것을 넘어, 이 지점에서 풍덩 빠졌다 나와야 진짜로 접근이 가능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학교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꾸준히 전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파리에 위치한 ‘프린트 베이커리 갤러리(Print Bakery Gallery)’에 초대되어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방학 내내 작업했지만 가마에 문제가 생겨서 다시 만들기도 했어요. 도대체 도자기는 언제 잘하게 될까요?

Q. 분청 기법은 어떤 작업인가요?
분청은 갈색 태토(胎土) 위에 흰색 화장토를 바르는 과정이 있는 작업이에요. 흙의 질감을 만들어 발색을 조절하고, 그 위로 다양한 장식이 가능하죠. 피부에 화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분청토로 만든 그릇은 사용하기에 까다롭지만 그래도 고집하는 이유는 미적으로 자유로운 구현이 가능한 흙이기 때문입니다.
*태토(胎土): 도자기의 몸체를 만들 때 기본 재료로 사용하는 흙


Q. 작가님의 작품은 도자기라는 전통성에 현대적인 유쾌함을 더한 개성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식사 자리는 저에게 원초적인 즐거움을 주었던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그릇도 심각하지 않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가 “야 그거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라고 해주면 ‘그런가?’ 싶을 때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탈출하는 감각을 제공하는 거죠.

Q. 하루쯤 작업에서 벗어나 쉬는 날이 있다면?
아마 하루라도 작업에서 벗어난다면 난 망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작업은 하찮은 저에게 울타리이자 취미이자 친구이자 태어난 이유예요.



Q. 작가님의 작품은 어디에, 무엇과 함께 놓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것 같아요.
원래 공부벌레가 웃기면 괴짜까지 가잖아요. 래퍼가 국악하면 반전으로 가고요. 그런데 당사자는 원래 모습을 드러낼 뿐이고 그 인상은 부여된 것이거든요.
분청 역시 이미지가 고루했던 적도 있었고, 세련된 평도 받았고, 지금은 힙하다고도 해요.
전통은 그대로인데 그것을 응용하는 사람들의 영향으로 힙한 이미지까지 얻었잖아요. 사실 저는 만들고 싶은 걸 만들기만 하는 터라 쓰시는 분들이 작업을 완성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막상 요리를 즐기지 않아서 제각각인 그릇을 만드는데,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실지 저도 너무 궁금합니다.
모르겠다는 대답을 길게 했네요.

Q. 벽지에 그려진 모기들은 어떻게 시작된 작업인가요?
제 작업은 일상의 경험과 미술적인 각색이 결합하는 순간이 중요해요. 서로 접점이 있어야 하나가 됩니다.
다들 식사 중에 머리카락이 나온 경험이 있죠. 그걸 접시로 옮기면 간지러운 웃음을 유발하겠다는 생각이 떠올라서 그린 적이 있어요.
이 벽지 위의 모기 그림도 그랬습니다. 햇살 좋은 흰 벽에서 눌린 모기를 보았을 때 그 모기만 보이더라고요.
갤러리에 모기가 저렇게 있으면 작품보다 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생각을 바탕으로 어울리는 자리를 찾다가 벽지 자체에 그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작품 중 하얀 분청 그릇에 자주 등장하는 이 파란색을 즐겨 사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파란색은 청화백자의 색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흰 바탕에 단색 그림이 취향에 맞았던 거 같아요. 분청은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사이에 있는데, 두 시대의 조형적 특징이 묻어 있거든요.
이 지점을 더욱 드러내고자 분청도자기에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을 응용하고 청화백자의 파란색을 사용한 거예요. 고려청자의 상감기법도 원래와는 다르게 파란색으로 장식했습니다.

Q. 작업하실 때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으신가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제가 나름의 패션 철학이 있어요. 튀는 건 싫지만 평범한 건 더 싫거든요.
작업복은 잠옷처럼 편한 복장이지만 소화하기 까다로운 느낌도 함께 챙겨서 입습니다.

Q.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최근에 알게 되신 분이 예전부터 갖고 계신 컵이 있었는데, 제가 만든 도자기 느낌하고 비슷하다며 혹시 맞는지 확인 겸 보여주시더라고요.
근데 제 작업이 맞았어요. 마치 졸업한 초등학교 선생님을 몇 년 후에 길에서 마주쳤는데 먼저 인사를 건네주는 것처럼 기뻤어요. 먼저 알아봐 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Q. 폰트 그래픽 작업 외에도 서정적인 작품도 함께 보여주고 계시죠.
저는 자연 주변에 살고 있어요. 백로도 보고, 과수원도 지나가고, 집에 잡초도 무성해요. 서정적인 것은 환경적인 영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제가 자연을 그리진 않거든요. 제 경우는 대상을 관찰하면서 재밌는 요소들을 찾는 거예요.
결국 폰트와 서정적인 작업이 결과물은 다르지만 모두 발견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했죠. 사실 그냥 재미난 거 없나 찾아 헤매는 심심한 사람입니다.


Q. 보통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작업은 그 시작이 불분명해요. 일상의 경험들이 결합되어 문득 시작되거든요. 그렇게 탄생한 문구를 그리기 위해서 그릇의 형태를 먼저 구상해요.
흙으로 된 그릇을 성형한 후, 백화장토를 두껍게 올리고 초벌 가마에 굽습니다. 가마에서 나오면 유색 안료로 채색하고 유약을 덤벙한 뒤, 재벌 가마에 다시 굽는 과정을 거칩니다.

Q. 특히 <ㅋㅋㅋ>, <I HAVE NO IDEA> 등의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저는 사실 중2병이 심각했거든요. 그때 집에서 혼자 라면을 먹으면서 만화를 보던 기분이 생생해요. 20분 내내 날아갈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집에 달려갈 정도로 식사 시간을 좋아했는데, 어른이 된 후 밥을 먹을 때 문득 제가 인상을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해결되지도 않을 고민을 밥 먹으면서도 계속하는 거죠. 그래서 <ㅋㅋㅋ>와 <I HAVE NO IDEA>를 쓰기 시작했어요. 나를 환기시키는 그릇으로요.
밥 먹을 때만큼은 중2가 되자. 이것이 그릇을 만들 때 제가 지키고자 하는 부분이에요.

Q. 이런 위트 있고 직관적인 표현을 보여주시는 작가님의 성향도 궁금해져요.
저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매우 긴장하는 성향이 있어요. 그런데 이 부분은 행동과 너무 달라요. 호기심이 긴장을 앞지르는 성향이라 ‘제가 할게요!’ 하고 나도 모르게 판을 벌리는 거예요.
나중에 왜 한다고 했을까 늘 후회하고. (웃음) 제가 떨린다고 하면 잘 모르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흙이 굳는 과정을 볼 때, ‘지금 완전 돌인데 흙이었다고 말하면 믿기 쉽지 않지. 나랑 비슷하네’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어 <물렁했다면 믿어 줄래?>까지 가게 된 거예요.

Q. 연호경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왜 좋아하시는지 알고 싶어요. 농담 반이고요. 사실 저는 시대를 잘 만난 것 같아요. 즉, 저와 같은 시대에 살고 계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분청 도자기를 완성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여러분들이니까요.

Q. 연호경 작가에게 WORK IN PROGRESS란?
변화의 가능성입니다. 지금의 나는 어제의, 더 예전의 내가 축적되어 만들어지고 있는 중간 단계잖아요. 오늘의 결과는 내일을 위한 과정이 되는 것처럼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하던데 ‘나’는 새로운 것 아닐까요? 나라는 사람을 단정하지 않고 바라는 방향으로 시도하는 태도가 고유한 나를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평생 작가를 하는 것. 만들고 싶은 것이 없어지지 않고 내일 무엇을 만들지 스스로 궁금해하는 작가로 평생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