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직원으로 고용해 연희동 선술집 또또를 운영하는 막내딸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가족이자 든든한 동료인 세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서울 연희동에서 부모님과 함께 선술집 또또를 운영하고 있는 최윤선입니다.

Q. 또또는 어떤 공간인지 소개해 주세요.
또또는 작은 한국식 선술집이에요. 원래 고향에서 ‘또또포차’를 운영하시다가 은퇴하신 부모님을 서울로 모셔오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베테랑 요리사인 엄마,
오랜 라이더 경력이 있는 아빠,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던 제가 서로를 동료로 여기며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손님들이 편하게 들러 식사 한 끼와 술 한 잔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Q. ‘또또’라는 이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또또’는 사실 저의 어린 시절 애칭이에요. 아들을 바랐던 아빠가 산부인과에서 “또… 또… 또 딸이야?” 하며 말을 더듬었던 에피소드에서 생긴 별명이래요.
팬데믹의 여파로 문을 닫게 된 부모님의 가게 이름도 ‘또또포차’였고요.
이렇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또또’의 두 글자를 웃는 얼굴처럼 그려 보게 됐어요. 로고를 보면 얼굴 위에 작은 지붕이 있는데, 한 지붕 아래 함께 웃는 두 사람이 선술집 또또 안에서의 부모님을 의미해요.
Q. 가족이 함께 일하는 만큼, 일과 가족의 경계를 나누는 나름의 방식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는 가게를 찾아 주시는 손님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따뜻한 분위기는 유지하되,
일할 때만큼은 서로를 직장에서 만난 동료처럼 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가족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 아니라 손님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60대인 조리실장 민자님과 70대인 철균님도 가족이기 전에 한 명의 동료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Q. 또또의 메뉴를 보면 집밥 같은 정겨움이 느껴지는데요.
저는 계절마다 제철 음식을 먹으며 자랐어요. 봄에는 냉이쭈꾸미, 여름에는 노각비빔밥, 가을에는 무밥, 겨울에는 굴보쌈과 굴전을 먹었죠. 제철 음식을 먹으면 지금을 잘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손님들과도 나누게 되었죠. 식구들이 함께 먹던 음식이 손님상에 오르고, 손님들이 좋아해 주시면 그게 계절 메뉴로 이어집니다.
Q. 음식도 음식이지만, 다양한 주류 리스트도 눈에 띄어요.
부모님의 자영업 내공에 비해 직장 생활만 했던 저는 한참 부족한 사장이었어요. 그래서 우리 동료들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제가 맡고 싶었고, 두 분이 술을 안 드시니까 주류를 공부하는 일이 제 몫이었죠.
오픈을 준비하며 전국 각지의 술을 공부했어요. 엄마의 손맛이 깃든 한식과 정다운 분위기에 지역을 대표하는 술들이 더해지면 또또만의 매력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Q. 또또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아침마다 철균님(아버지)이 스쿠터를 타고 시장에 다녀오시면, 조리실장 민자님(어머니)은 그 재료들을 손질해 영업을 준비합니다. 준비를 마치면 가게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으며 전날 장사 이야기를 나눠요.
영업이 시작되면 철균님은 홀을, 민자님은 저와 함께 주방을 맡아 바쁜 시간에 힘을 보태 주시며 함께 손님을 맞이합니다.


Q. 또또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부모님께서 은근히 멋쟁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아봐 주셨네요. 저도 가끔 놀라곤 하거든요. 엄마는 젊은 시절 옷 장사를 했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옷에 관심이 많으시고 늘 멋지게 챙겨 입으세요.
또또를 하면서 의외였던 건 아빠였어요. 늘 일복만 입으셨는데, 이제는 홀에서 손님들을 맞이해야 한다며 열심히 스타일링을 하십니다. 저에게 “이런 색의 모자가 필요합니다,
대표님”, “오늘 저는 어떤가요?”라고 하시며 관심 있게 물어보기도 하세요. 그래서 가끔 아빠에게 어울릴 만한 아이템을 골라 드리기도 해요. 요즘 아빠의 추구미는 ‘환영받는 밝은 노인네’라고 하십니다.

Q. 대표님께서는 패션 디자이너 출신이라고요.
네. 하지만 큰 티셔츠와 펑퍼짐한 팬츠, 주방용 슬리퍼가 요즘 저의 모습이에요. 가끔 외출할 때면 예전에 사두었던 꼬까옷을 꺼내 입는데 그럴 때마다 희비가 교차합니다.
저는 작아진 옷이 미운데 엄마는 본인이 알던 딸이라며 기뻐하시죠.
엄마는 아마 제가 부모님과 함께 일하려 무언가를 포기했다고 생각하시는 듯해요. 엄마에게 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저는 그때도 지금도 제 삶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꽤 마음에 들어요.

Q.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최근에 출간하셨더라고요.
또또를 운영하면서 저희 가족에게 생긴 변화가 꽤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의 업을 이어받는 이야기는 종종 볼 수 있지만,
가족이 함께 일하며 서로를 책임지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고 느꼈어요.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선술집을 운영하게 된 저와 은퇴 후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부모님이 서로 의지하며 가족을 책임지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Q. 연희동 한적한 골목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느끼는 행복이 있나요?
엄마는 뭐든지 나누는 걸 가장 기뻐하세요. 나눔 없는 삶은 재미가 없으시대요. 그래서 김치를 담그는 날이면 늘 손님들과 주변 가게 사장님들께 나눌 몫을 따로 담아 두세요. 그러면 아빠가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다니시죠.
그럴 때 보면 두 분은 정말 환상의 콤비예요. 엄마가 만들고 아빠가 갑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평생 보고 자라서 무언가를 나누는 것이 가장 두 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가끔은 너무 많이 나누시는 것 같아 농담처럼 말하기도 해요.
“동료 여러분, 이곳에 있는 건 다 또또의 자산이에요. 여기도 회사입니다.”
물론 제 말은 잘 통하지 않습니다. 주변을 챙기는 두 분의 마음을 따라가며 저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Q. 매장 오픈부터 책 출간, 북토크까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계신 것 같아요. 앞으로 예정된 일이나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활기차게 일하시던 부모님이 요즘엔 하루가 다르게 연로해지신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밤에 일하는 시간을 조금씩 줄이고, 낮 시간을 활용해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일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평생 일을 해오신 분들이라 일에서 얻는 기쁨과 작은 성취를 잘 아세요. 그래서 은퇴를 준비하기보다 부모님이 즐겁게 이어갈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어요.
최근에는 배달앱에 저희의 대표 메뉴인 민자부대찌개 비조리 판매를 시작했어요. 부대찌개가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진다면 부모님은 김치를 담그고 부대찌개 키트를 만드는 일로,
저는 그 이야기를 전하는 일로 또 다른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또또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또또가 로또다.” 어느 날 문득 생각난 구호예요.
아빠는 “우리.가족의.꿈을.이룬.오아시스.”라고 답하셨어요.
엄마는 “먹고 살게 해주는 고마운 가게지.”라고 하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