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상징하는 거친 아스팔트, 회색 빛 건물 그리고 숨죽인 전광판들 사이. 정제되지 않은 역동성과 다채로움을 표현하는 댄서 드랍을 만났습니다. 그와 함께한 인터뷰를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Q. 먼저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댄서이고, Drop입니다. Q. 춤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처음 춤을 췄던 건 중학교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교내 장기자랑이 제 인생 첫 무대였죠. 이후에, 동생이 구해 온 <ALIVE TV>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완전히 매료됐어요. “아, 이거다!” 싶었죠. 요즘처럼 유튜브나 인터넷이 활발하던 시기도 아니라서, 친구한테 어렵게 비디오테이프를 구해서 혼자 따라하면서 계속 연구하고 배워나갔죠. Q. ‘DROP’ 이란 닉네임은 어떻게 사용하게 됐나요? 첫 클럽 파티에서 솔로 파트 공연 때, The Pharacyde의 <Drop> 이란 곡에 맞춰 춤을 췄었어요. 공연 때 반응이 꽤 괜찮았고, 그 이후부터 사람들이 저를 ‘Drop에 춤췄던 애’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Drop’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죠. 시간이 지나면서, 댄서로서 제 나름의 의미를 담게 됐는데 ‘Do Not Respect Ordinary Process’ — 평범한 과정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담고 있어요.
Q. 그렇다면 댄서로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은 누구인가요? 가장 존경하는 댄서는 뉴욕 하우스 댄서인 EJOE입니다. 춤 안에 특유의 위트를 부드럽게 녹여내는 감각이 정말 매력적인 댄서에요. 그리고 강한 인상을 남긴 또 다른 댄서들은 <Misfits> 크루의 Marquest, Rubberband, Prancer예요. 동생이 구해 온 비디오 테이프로 이들의 춤을 처음 봤는데, 충격 그 자체였죠. 단순히 춤이 아니라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선함과 강렬한 에너지에 전율이 느껴졌어요. 구체적인 어떤 동작이 아니라, 그 화면을 뚫고 나올 것 같던 생생한 에너지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Q. 댄서로서 계속 춤을 출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몰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저 한테는 춤이죠. 그리고 제 성향이 좋아하는 것은 반복해서 하는 걸 즐겨요. 반복하다 보면 똑 같은 것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될 때가 있는데, 희열감도 느끼고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을 받는 것 같아요. 대신, 전 싫어하는 건 거들떠도 안봐요(웃음).


Q. 댄서로서 갖게 된 독특한 생활 습관 같은 것도 있으세요? 몸이 항상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요. 단순히 유연하거나 잘 움직이는 걸 넘어서, 음악이 흐를 때 몸의 동선이나 리듬을 타고 반응할 수 있는 감각을 예민하게 유지하려고 해요. 어떻게 보면, 언제든 전력질주를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두는 것과 비슷해요. 한 때는 그게 강박적으로 이어지기도 했어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음악을 틀고 스트레칭하면서 몸을 바로 움직이던 시기도 있었죠. Q. 춤 외에 일상에서 즐기는 건 어떤 게 있으세요?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요. 음악 들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짧게 여행하는 기분도 들고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있죠. 예전에 해외 나갈 때는 BMX 자전거를 들고 간 적도 있는데, 현지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다녔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Q. 춤에는 국경이 없잖아요. 춤을 매개로 해외와의 교류도 활발히 하고 계신 것 같아요. 해외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예전에 유럽에서 열리는 경연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돼, 워크숍이랑 무대 공연까지 해야 하는 일정이었어요. 당시 경유를 거쳐 도착했는데, 캐리어가 오질 않은 거예요. 항공사에서는 이틀 뒤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당황스러웠죠. 운 좋게도 근처에서 부랴부랴 옷을 구해 무사히 심사위원과 공연을 마칠 수 있었죠. 황당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꽤 웃긴 기억이에요. (웃음) Q. 춤도 국가별로 두드러진 색채나 특징이 있나요? 제가 주로 추는 힙합 장르에서는 유럽 출신의 유명한 댄서들이 많은 편이에요. 유럽은 여러 나라가 대륙으로 연결돼 있어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자유롭게 섞이고 교류되잖아요. 그래서인지 댄서들의 배경도 다양하고 실험적인 스타일도 자주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Q. 칼하트윕과 댄서 드랍의 연결고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과정(Process)이란 단어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댄서는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지만,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무대 밖에서 흘린 수년간의 땀과 노력이 쌓여 있죠. 관객에겐 화려한 무대가 기억에 남을지 몰라도, 댄서에게는 그 이면의 과정이 훨씬 더 깊게 새겨져요.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움직이는 과정이자 살아가는 태도에 가까운 게 ‘Work In Progress’이고 이러한 지향점에서 칼하트윕이 떠오르죠. 매일 몸으로 부딪히며 쌓아가는 진심. 이 과정이 저와 칼하트윕의 연결고리이지 않을까 해요.


Q. 평소 스타일링에서 본인만의 기준이 따로 있나요? 무엇보다 편안함이죠. 언제든 아스팔트 위에서 춤을 춰도 무릎이 긁힐 걱정 없는 편안한 옷들을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편안함은 루즈함에서 온다고 생각해서, 전체적으로 여유 있는 실루엣의 아웃핏을 선호하죠. 또, 90년대 미국 힙합 아티스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그 시절 영상이나 무대에서 자주 보이던 브랜드가 칼하트윕이었어요. 그때부터 제게는 로망 같은 존재였고, 그 감성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Q. 무대 공연을 고려한다면 스타일링 기준이 또 다를 것 같아요. 무대에 설 땐 음악의 분위기, 무대의 색채 그리고 전달하고 싶은 스토리라인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의상을 구성해요. 물론, 평소에도 춤 추기 편한 스타일을 추구하다 보니, 프리스타일 공연처럼 자유로운 무대에서는 평소랑 크게 달라질 건 없는 것 같아요. Q. 춤을 가르치기도 하시잖아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본기와 경험, 이 두 가지 같아요. 자기의 것을 만들어내려면 결국 기본에 제일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스튜디오 말고 다양한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실제 무대나 거리처럼 여러 환경에서 몸으로 부딪힌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봐요. Q. 농구공을 활용한 춤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스트릿볼 프리스타일이라고 해요. And1 Live Tour, Harlem Globetrotters 등의 프리스타일 농구 영상에서 큰 영감을 받았어요. 코트 위, 리드미컬한 드리블이나 크로스오버를 구사할 때의 움직임을 춤으로 재해석해봤죠. 프리스타일 농구 특유의 리듬감과 역동성을 춤의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려고 했어요.


Q. 거리를 배경으로 담은 춤 영상들이 많아요. 댄서에게 거리가 갖는 상징성은 무엇인가요? 근본 같은 존재예요. 스트릿 댄스 자체가 잘 갖춰진 스튜디오가 아니라, 거리 문화에서 태어났잖아요. 음악만 있다면 장소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출 수 있다는 게 이 장르의 진짜 매력이고, 그런 자유로움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바로 거리라고 생각해요. 또 거리마다 고유한 결과 특색이 있다고 봐요. 어떤 곳은 햇살이 잘 드는 길목이고, 또 어떤 곳은 밤이면 간판 불빛이 자연스러운 조명이 되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거리란, 댄서에게 가장 원초적이고 본연에 가까운 무대라고 생각해요. Q. 만약 춤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도전해봤을 것 같은 분야는 무엇인가요? 아마도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는데, 춤이 아니었다면 건축 디자인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 같아요. 좀 더 액티브한 걸 택한다면, BMX나 스케이트 보드를 선택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인생의 모토가 궁금해요. 초심을 잃지 말자. 처음 제가 춤을 통해 느꼈던 감동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고, 이 문화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시작한 계기를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Q. 본인의 슬럼프 극복 노하우가 있나요? 무언가 막힐 땐 잠시 내려 놓고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려고 해요. 오히려 그런 시간 속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영감을 받게 되고, 다시 길이 보이더라고요.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공연이나 프로젝트가 있나요? 언제가 제 이름을 건 극장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단순히 무대에 서는 걸 넘어서, 전시와 공연을 점목한 형태로도 풀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또, 스트릿볼 프리스타일 장르를 좀 더 발전시켜서, 댄서 드랍만의 색이 담긴 퍼포먼스로 완성해 나가고 싶습니다. Q. 어려운 질문이 될 수 있는데, 본인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음악 TOP3를 꼽아주세요. TOP 3를 꼽으라는 질문은 항상 괴로워요 (웃음). 추천곡 정도로 타협을 해보죠. The Pharcyde - Drop, The 45 King - Red Alert, Avantgarde vak - Walk Around

Q. 드랍에게 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놀이.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멈추지 않는, 계속 움직이는 DROP이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