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UMSY CAKE' 손끝에서 발칙한 상상과 정제되지 않은 유쾌한 매력을 엮어내는 클럼지 케이크를 소개합니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상상하고 관찰한 것을 실로 엮어내거나 손으로 표현하는 섬유 작가이자, 저만의 개성을 위트 있게 담아낸 브랜드 클럼지 케이크(CLUMSY CAKE)를 운영하고 있는 임소영입니다. 낮에는 뜨개질 하고, 밤에는 아껴둔 에너지를 발산하러 춤추러 다니는 다소 이중적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웃음)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근황이 궁금해요. 프리랜서로 지내다 보니, 휴일을 반납한 지 꽤 오래됐어요. 밤낮없이 일하는 편이죠. 주로 평일에는 작업에 몰두하고, 주말에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잠시 쉬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해요. 요즘은 날씨가 부쩍 추워져서 겨울 제품 준비에 한창이에요. 또 최근에는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하는 재미에도 푹 빠져 있답니다. Q. 최근 일본을 다녀오셨다고 들었어요. 나고야에서 열린 ‘Social Castle Market’에 좋은 기회로 참여하게 됐어요. 해외 출장은 종종 다녀봤지만, 나고야는 처음이라 설레면서도 조금은 걱정이 됐죠. 행사 기간 내내 비가 많이 내려서 진흙과 고군분투하느라 더 기억에 남아요. (웃음) 그래도 운 좋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DJ MASDA의 파티가 같은 시기에 열려서, 정신없이 놀다가 4시간만 자고 출근한 날도 있었답니다. (웃음)
Q. CLUMSY CAKE 이전의 히스토리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꽤 분명한 편이었어요. 부모님 두 분 모두 손재주가 좋으셔서, 자연스럽게 ‘나도 손으로 만드는 일을 하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대학교 때 우연히 니트 소재 관련 수업을 듣게 됐는데, 그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단순히 옷의 형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소재부터 시작한다는 점, 그 안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졸업 후에는 니트 프로모션 회사에서 일을 배우며 니트의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었죠. Q. CLUMSY CAKE를 처음 시작한 계기와 그 배경이 궁금해요. 니트 프로모션 회사에서 일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도록 미워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국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라는 결심에 이르게 됐죠.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바로 클럼지 케이크예요. 첫 제품은 커트 코베인이 즐겨 착용하던 ‘핑거리스 장갑’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핑거리스 디자인의 장갑을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었죠. 그렇게 시작된 작은 사부작거림이 하나둘 쌓여, 어느덧 7년 차의 클럼지 케이크가 되었습니다. Q. CLUMSY CAKE 로 이름을 지은 배경이 궁금해요. 제가 평소에 물건도 자주 잃어버리고, 덤벙대는 편이에요. (웃음) 예전에 친구가 그런 저를 보며 “넌 정말 Clumsy 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이 단어를 알게 됐어요. Clumsy라는 단어가 어딘가 부족하지만, 또 사랑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언젠가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브랜드 이름을 정할 때 ‘가장 나다운 이름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그 단어가 떠올랐어요. 그리고 Cake는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 쓰던 제 닉네임이에요. 그래서 클럼지 케이크를 직역하면 ‘덤벙거리는 임소영’쯤 되겠네요. (웃음)
Q. 수많은 소재 가운데 유독 ‘실’과 ‘뜨개질’에 끌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가정환경 덕분에 자연스럽게 공예와 가까이 지내왔어요. 그래서 뜨개질은 저에게 아주 익숙하고 가까운 존재였죠. 섬유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소재와 컬러에 유독 끌린다는 걸 깨달았고, 이미 만들어진 원단을사용하는 것보다 소재 자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꼈어요. 저에게 그 과정은 ‘수공예의 미학’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요리로 비유하자면, 같은 레시피로 만들어도 사람마다 손맛이 다르잖아요? 뜨개질도 그래요. 실과 바늘, 패턴이 같아도 손의 힘이나 유연함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지죠. 그래서 저는 그 차이가 곧 ‘개성’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알록달록한 실을 보고 있으면 설레고 기분이 좋아져요. 지금도 시중에 있는 실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여러 색을 직접 조합해, 저만의 색을 만들어내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Q. 버섯, UFO, 외계인, 권총, 핫도그 등 독특한 모티프의 아이템이 많은데, 각각 어떤 계기나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대단한 의미를 담기보다는, 순간적으로 꽂히는 이미지를 발전시키는 방식을 좋아해요. 버섯 디자인은 클럼지 케이크의 스테디셀러인데, 단순히 생김새가 귀엽다고 느꼈고 다양한 컬러감을 녹여내기에도 좋았어요. 저는 ‘귀엽지만, 어딘가 불량스러움이 묻어 있는’ 무드를 좋아하는데, 대부분의 아이템이 그런 감정에서 출발해요. 단순히 귀엽기만 하면 재미가 없거든요. 권총 디자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펄프 픽션>에서 영감받았어요. 영화 속에서 권총은 잔인하지만 묘하게 유쾌한 포인트가 있죠. 그리고 외계인 제품은 수세미 실로 만든 아이템인데, 이름도 있어요. ‘네오’라고 불러요. (웃음)
Q. 사이키델릭하고 컬러풀한 색감이 캐릭터들과 정말 잘 어울려요. 색상은 어떻게 선정하나요? 저는 세상의 모든 색을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노랑, 빨강, 파랑, 초록처럼 선명한 원색 계열을 좋아해요. 클럼지 케이크에서 주로 사용하는 색상이 노랑과 빨강이에요. 이 두 색을 중심으로,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색들을 조합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걸 즐겨요. 그래서 대부분의 클럼지 케이크 제품에는 크든 작든 항상 이 코어 컬러들이 녹아 있습니다. Q. 작업물을 만들 때 가장 고민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소비자의 관점에서 정말 갖고 싶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단순히 유행하는 아이템보다는 클럼지 케이크만의 추구하는 미감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클럼지 케이크 제품을 보고 웃음이 나거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기를 바라고, 그런 지점들이 결국 클럼지 케이크의 정체성을 완성한다고 생각해요.
Q. 처음 기획부터 작업물이 나올 때까지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주로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영화를 한동안 보지 못하면 뭔가 허전하고, 인풋이 끊긴 느낌이 들 정도예요. 영화를 보지 못할 때는 포스터나 스틸컷이라도 찾아보곤 하죠. 평소 즐겨 보는 영화와 작업에 영향을 주는 영화는 결이 조금 달라요. 미장센 (Mise-en-scène)이 독특한 옛 영화들이나, 좋아하는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며 시각적으로 꽂히는 장면을 찾아요. 전체적인 스토리보다 오히려 한 장면 속 화병의 색감, 주인공이 입은 티셔츠의 그래픽 같은 사소한 포인트들이 눈길이 가요. 그런 장면들을 모두 캡처해 두고, 나중에 클럼지 케이크의 제품으로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스케치로 풀어보죠. 손으로 끄적이는 걸 좋아해서 주로 노트에 낙서하듯 그리는데, 그런 손맛이 오히려 클럼지 케이크의 아이덴티티와도 잘 맞아요. 러프하게 낙서처럼 시작된 드로잉이 하나의 캐릭터가 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 외에도 일상에서 스치는 장면들이나, 멍하니 생각할 때 머릿속에 하고 싶은 것들이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순간도 많죠. 이러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해 두려고 하죠. 실제로 자려고 누웠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메모해 두고 다시 잠드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웃음) 이렇게 모은 아이디어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을 추려, 판매에 적합한지 아니면 아트워크로 확장할지를 결정해요. 판매 상품은 주로 사용하는 소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변형하는 편이고, 아트워크는 제약 없이 자유롭게 풀어내죠. 아직은 소화할 수 있는 작업 방식의 범주가 넓지 않지만, 더 다양한 방식으로 저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요.
Q. 나만의TMI 공유해 주세요. 춤만 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에요. 그리고 자기 똥을 주식으로 먹는 금붕어 친구와 함께 살고 있죠. (웃음) 동해가 보이는 강릉 출신이라, 편안함과 해방감을 주는 바다를 좋아해요. Q.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요. 즐겨 듣는 음악이나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작업할 때는 주로 유튜브 채널 ‘THE MUDD SHOW’을 틀어놔요. 집안일하거나 텐션을 끌어올려야 할 땐 CORTIS의 음악을 자주 듣고요. 평소에 가장 즐겨 듣는 아티스트는 Blu DeTiger예요. 여성 베이시스트인데, 저도 그녀에게 영향받아 베이스를 배워보려다 3개월 만에 깔짝거리다가 벌써 3년째 방치 중입니다. (웃음) 이 외에도 Dope Lemon, Day Glow, Current Joys처럼 뮤직비디오가 장난기 넘치고 유머러스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즐겨 들어요.
Q. 휴식을 취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음악을 들으면서 춤춰요. 기승전 춤이네요. (웃음) 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거나 소파에 가만히 누워있기도 해요. 힘들 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저를 위해 요리할 때 자신을 아낀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참 좋아요. 생각이 많은 편이라, 평일 내내 열심히 일한 뇌를 식혀주려 주말에는 가장 좋아하는 클럽에 가서 춤추며 쉬죠. 몸은 움직이고 있지만, 생각을 비우는 임소영만의 루틴이죠. (웃음) 좋아하는 디제이의 음악을 들으며 춤추는 건 제 삶에서 꽤 중요한 부분이에요. Q. 요즘 특별히 빠져 있는 것이 있나요? 집으로 이사 오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식물과 집 꾸미기에 빠져 있어요. 여행을 가면 인형이나 작은 소품 사 오는 걸 좋아하는데, 어떻게 더 귀엽게 전시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순간이 너무 즐거워요. 그렇게 꾸며둔 공간에서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리고 나무로 된 오래된 집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물을 들이게 됐는데, 나무와 초록의 조합은 정말 최고예요. 아침마다 얼마나 자랐는지 관찰하고, 물 줄 때가 됐으나 눈여겨보는 시간이 이제 하루 루틴이 되었어요.
Q. CLUMSY CAKE의 세가지 매력 포인트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FUN, COOL, CUTE! Q. 해외 전시에도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됐나요? 중국 심천에서 열린 100+ Asia Art Season이라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중국, 한국, 일본, 태국 작가들이 함께한 꽤 큰 규모의 전시였죠. 예전에 성수동에서 작게 팝업을 열었을 때 한국 작가를 초청하는 분과 인연이 되어 전시에 참여할 수 있었죠. 또, 정말 감사하게도 그 전시회에서 알게 된 중국 작가 친구가 이후 여러 행사들을 소개해 줘서 중국에 몇 번 더 방문할 기회도 생겼어요. 이 외에도 일본, 대만에서 팝업을 진행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서구권이나 태국에서도 꼭 한 번 팝업을 진행해 보고 싶어요.
Q. 스타일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색감과 전체적인 핏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빈티지를 정말 좋아해서 새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새것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 옷에 더 끌려요. 옷은 입었을 때 편안해야 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어우러져야 한다고 봐요. 색감이 포인트가 되거나 상반되는 무드의 아이템을 믹스 매치해 심심하지 않게 룩을 완성하는 편이에요. Q. CLUMSY CAKE에게 ‘WORK IN PROGRESS’는 어떤 의미인가요? WORK IN PROGRESS는 저에게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예요. ‘CLUMSY’라는 단어를 브랜드 이름에 담았던 순간부터, 제 목표는 완벽함이나 완성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어딘가 부족하고 불완전하지만 계속 성장해 나가는 미완성의 매력, 그 자체를 보여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는 늘 WORK IN PROGRESS 중인 브랜드이자, 작가로 남고 싶어요.
Q. CLUMSY CAKE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해외에서 더 많은 기회를 만나고 싶어요. 각국의 사람들에게 저의 세계를 공유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게 큰 목표예요. 한편으로는 전시적인 요소와 함께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고도 싶지만,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거리 속에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스트리트 아트 작업을 이어가고 싶어요. Q. CLUMSY CAKE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핸드메이드, 불완전함, 유머, 니팅, 낙서
Q. 앞으로의 CLUMSY CAKE는? 11월 29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서촌 필운대로 일대에서 니트 그라피티 작업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포스터 콘셉트의 뜨개 옷으로 장식된 나무들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또, 손 그림을 바탕으로 한 클럼지 케이크의 굿즈 라인도 곧 공개될 예정입니다. 늘 그렇듯, 서툴지만 유쾌한 클럼지 케이크만의 여정을 앞으로도 함께 지켜봐 주세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