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온 요즘, 누군가의 기록으로 물들어가는 문구점 올라이트를 만났습니다. 올라이트와 함께한 인터뷰를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효은: 안녕하세요, 기록광을 위한 문구점 올라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효은입니다. 2013년도 대학교 졸업 후, 올라이트를 시작한 지 어느덧 13년 차로 접어들었네요. 창집: 효은이와 함께 올라이트를 운영하면서 여섯 마리 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집사 최창집입니다.

Q. 요즘 각자의 근황이 궁금해요. 효은: 문구점은 연말을 향해갈수록 점점 바빠져요. 요즘 하루하루를 바쁘게 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지금 올라이트 3호점을 연희동에 준비하고 있는데, 고양이 복도 터지고 일복도 터져서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웃음) 창집: 집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에요. (웃음) 그리고 작업실에 식물들로 일궈 놓은 저만의 작은 자연이 있는데, 물도 주고 빛도 쬐어주고 바람도 쐬어주면서 온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동식물과 세월을 함께 나누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효은: 아침에는 집 앞 카페로 향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요. 가장 맑은 정신으로 일기를 쓰고 간단한 작업을 하면서 하루를 열죠. 디자인부터 제작, 판매까지 남편과 함께 운영하다 보니 하루가 금세 바쁘게 지나가요. 오전 11시쯤 함께 점심을 먹고, 이후에는 각자 매장으로 향합니다. 저는 연희점에서, 남편은 서촌점에서 문구점을 열고 손님들을 맞이하죠. 퇴근 후에는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Q. 반려묘 친구들도 소개해 주세요. 효은: 우리 집 고양이들은 모두 ‘우’ 돌림 이름이에요. 첫째는 호우주의보 속에서 만난 ‘호우’, 둘째는 ‘하느님이 보우하사’에서 따온 ‘보우’, 셋째는 보우의 동생으로 창경궁 담벼락에서 만난 ‘아우’예요. 넷째는 올라이트 서촌점 차고에서 발견한 4차원 새침데기 ‘미우’, 다섯째는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고양이인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짝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 ‘짝우’라고 지었고요. 마지막 여섯째는 연희동 음식점 실외기에서 처음 만나 인연이 된 ‘실우’까지, 이렇게 총 여섯 남매랍니다.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쳐 있을 때, 고양이들과 함께하며 순수하게 교감할 수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돼요. 덕분에 고양이들로부터 순수함과 사랑을 배웠습니다.

Q. 반려 식물도 키우시는 것 같아요. 창집: 선인장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의 취미를 보고 자라서인지 저도 괴근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개체마다 독특한 조형미와 감상하는 재미가 크거든요. 그런 매력에 빠져 하나둘씩 키우다 보니, 어느새 매장과 작업실이 식물들로 가득 차 있네요. 사실 이렇게 많아질 줄은 몰랐습니다. (웃음) 효은: 저는 성장 과정이 뚜렷하게 보이는 식물들을 좋아해요. 그래서 처음엔 주로 관엽식물을 좋아했는데, 남편 덕분에 괴근식물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요.

Q. 최근 새로 시작한 취미 혹은 기억에 남은 순간이 있나요? 효은: 요즘 근력 운동을 시작했어요. PT를 받고 있는데 새롭게 태어난 듯한 기분이 들어요. (웃음) 저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기준이 ‘몰입’인 것 같아요. 제품을 만들 때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즐겁게 몰두하는데, 운동도 똑같아요. 연희동에서 운동할 곳을 찾고 계신다면, 올라이트 연희점에 오셔서 귀띔해 주시면 알려드릴게요. (웃음) 창집: 집에서 음악을 듣는 편이에요. 그리고 작업실에는 저의 작은 자연이 있는데 물과 빛 그리고 바람을 쐬어주면서 세월을 담는 데에 즐거워하고 있어요. Q. 두 분의 올라이트 이전의 히스토리가 궁금해요. 효은: 믿기 어려우실 수도 있지만, 저는 레크리에이션을 전공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돌아보면 일을 쉬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올라이트를 운영하면서는 쓰리잡, 포잡까지 했던 순간도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기 위해 싫어하는 일도 감수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독였죠. 창집: 저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어요. 한국에는 15살에 처음 왔는데, 지금도 가끔 한국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인지 평소 말투가 조금 느릿하고 차분한 편이죠. 패션을 좋아해서 20대 때는 뉴욕으로 이민을 준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효은이와 함께 살면서 무언가를 소유하는 삶보다는 여행하며 경험을 쌓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Q. 올라이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효은: 대학생 시절, 학과 티셔츠를 디자인한 적이 있었어요. 친구들이 제가 만든 옷을 목이 늘어날 때까지 입는 모습을 보면서 ‘제품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스무 살 때부터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All bbag’이라는 이름으로 에코백에 그림을 그려 시리즈별로 판매하기도 했어요.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일기를 써왔지만, 막상 제가 원하는 구성의 다이어리가 없더라고요. 다이어리를 채우는 설렘을 1년에 두 번 느끼고 싶어 6개월짜리 다이어리를 찾아다녔지만 없어서, 제가 직접 만들게 됐어요. 그리고 그 다이어리의 이름이 ‘올라이트’입니다. 다이어리를 시작으로 하나씩 문구류를 늘려가다 보니, 지금의 올라이트가 됐습니다. Q. 올라이트 이름은 어떻게 지어지게 됐나요? 효은: 어렸을 때부터 기록하는 걸 좋아했던 ‘기록광’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후보 없이 바로 ‘올라이트’로 정했죠. 친구들의 반응은 차가웠는데, 올나이트 갔다며 밤새워 노는 곳 아니냐고 농담하곤 했죠. (웃음) 처음에는 왠지 어색하고 걱정도 됐는데 지금은 너무 만족합니다. Q. 올라이트에서 두 분이 각자 맡은 역할이 궁금해요. 효은: 저는 주로 연희점과 제작 파트를 맡고 있어요. 남편은 서촌점과 매장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합니다. 창집: 모든 제작은 효은이가 담당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효은이 작업물에는 순수한 매력이 많이 담겨 있어서, 그 색이 흐려지지 않도록 저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덧붙이는 편이에요.

Q. 서촌점과 연희점, 두 지역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창집: 서촌은 효은이가 올라이트 매장을 운영하면서 지냈던 동네예요. 연희동도 지내다 보니 동네가 너무 좋아서 매장을 오픈하게 됐어요. 특별한 전략이나 계획에서 시작했다기보다는 저희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 것 같아요. Q. 연희점만의 매력 포인트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효은: 심혈을 기울여 모으고 있는 인형들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 에너지를 직접 느끼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웃음) 창집: 연희점에는 특히 강아지와 함께 방문하는 손님이 많아요. 주민분들도 자주 들러 반찬을 챙겨 주시고, 서로 고민거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죠. 연희점은 다양한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Q. 올라이트는 ‘기록광’이라는 강렬한 수식어가 따라붙곤 해요. 올라이트와 ‘기록’은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효은: 올라이트(ALLWIRTE) 라는 뜻이 기록광이기 때문에 수식어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아요. 기록의 즐거움을 더 하기 위해 꾸준히 새로운 문구류를 제작해요. 문구류를 만들수록 부지런히 쓰는 일이 더 재밌어져서 덕업일치에 성공한 기분이에요. 기록 만세! Q. ‘기록’은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나요? 효은: 저는 올라이트를 운영하면서 기록을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13년째 꾸준히 일기를 쓰게 되었는데 아침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갖게 되었어요. 초등학생 때 여름방학 숙제로 일기가 있었는데 그때처럼 한 번에 한 달 치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거의 매일매일 아침 일기를 쓰려고 노력해요. 아침에 일기를 쓰면 차분하게 가라앉은 감정들을 적게 되는 것 같아요. 솔직한 내 감정을 적어 내려갈 수 있어서 아침 일기를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문구류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나요? 효은: 일상과 여행에서 흡수한 에너지와 장면들을 제품에 녹여내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것과 마주하는 장면들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올라이트 제품은 시기별로 뚜렷한 변천사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색상 선택도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우울할 때는 채도가 낮은 색을 사용하죠. 컨셉트를 미리 기획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제 미학에 집중하며 제작해요. 그래서 품절된 제품은 되도록 재입고하지 않아요. 저는 고민을 오래 하는 편이라, 제품 출시 시기가 딱 정해져 있지 않고, 에너지를 모아 한 번에 확 터트리는 느낌으로 선보여요. Q. 문구류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효은: 신선함과 개성, 그리고 좋은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기록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서는 신선함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또, 좋은 품질을 위해 하이에나처럼 늘 질 좋은 종이에 목말라 찾아다니죠. 저도 올라이트 노트를 꾸준히 써오고 있는 사용자이기 때문에 진심을 담아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Q. 문구류 중 특히 다이어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효은: 다이어리에 남기는 기록은 나에 대한 퍼즐 조각 같아요. 하루하루의 생생한 증거를 남기고,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퍼즐을 맞춰 나가는 느낌이죠. 한때 내가 느낀 감정을 스스로 의심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그래서 늘 증거가 필요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나’를 온전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쓰는 것 같아요. 창집: 효은이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어요. 사소한 감정까지 기록하다 보니 그 자체가 소중하게 느껴졌죠. 원래 수동적인 성격이라 기록하는 게 어색했지만, ‘뭐라도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한 줄씩 적다 보니 작은 계획을 세우는 것도 많이 익숙해졌어요. 그 과정에서 생활 패턴을 재미있게 바꾸거나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재미도 알게 됐습니다.

Q. 계획하지 않은 일들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창집: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떠오르는 건 고양이 친구들이에요.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세 마리였는데, 지금은 여섯 마리가 곁에 있고, 본가에도 두 마리가 있어요. 결혼한 지 4년, 신기하게도 매년 한 마리씩 인연이 이어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함께 지내다 보니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해요. Q. TMI 하나씩 알려주세요. 효은: 내년쯤 막연하게 제가 그린 그림과 직접 찍은 사진들로 작은 전시를 열고 싶어요. 올라이트에서 판매하는 엽서와 노트 표지의 사진이나 그림들을 직접 찍고 그리고 있어요. 제품들로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사진과 그림 그 자체로도 보여주고 싶어요. 누군가 저의 작품을 감상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네요. 창집: 집에만 있다 보니 쳐지는 기분이 들어서 요즘에는 외부 활동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밖에 나갈 구실을 탐색하는 중이에요.

Q. 두 분의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요. 즐겨 듣는 곡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효은: Los Indios Tabajaras – Always in My Heart. 1964년도 발표된 앨범인데 꼭 들어보세요. 창집: Beverly Glenn-Copeland – Ever New (Live) 저는 라이브 버전을 가장 좋아해요.

Q. 스타일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효은: 동심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좋아하는 컬러는 빨간색이에요. 창집: 저의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을 꾸준히 찾고 있어요. 흔히 ‘카툰룩’이라고 부르는데, 짱구의 노란 바지와 빨간 티셔츠처럼 상징적인 조합이 그 예죠. 여러 스타일을 거쳐 온 끝에, 이제는 저만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Q. 올라이트에게 ‘워크웨어’는 어떤 의미인가요? 효은: 저는 일할 때 움직임이 많은 편이라 무엇보다 편안함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동시에 실루엣이 예쁜 옷을 좋아해요. 워크웨어도 동심을 담아 예쁘게 매치하는 재미가 있죠. 결국 중요한 건 ‘재미’예요. 일할 때 예쁜 옷을 입으면 자신감도 생기고, 나의 또 다른 면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창집: 저에게 워크웨어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기록과 같아요. 일상에서 생겨나는 흔적과 오염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그 과정에서 생긴 데미지들을 크게 신경 쓰기보다는 오히려 받아들이죠. 세월과 함께 쌓여가는 나만의 기록이자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더 헤지고 얼룩이 많을수록 애착이 깊어지고, 마치 나 자신과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어요.

Q. 올라이트에게 ‘WORK IN PROGRESS’는 어떤 의미인가요? 효은: 제 좌우명이기도 한데, 로버트 루이스의 말이 떠올라요. “Travel hopefully is a better thing than to arrive.” 희망차게 여행하는 과정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는 뜻이죠.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멋진 과정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려고 해요. 창집: 완성에 집착하기보다는, 매 순간 몰입하며 그 자체를 즐기는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Q. 올라이트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효은 & 창집: 효은창집, 기록광, 멋, 과정, MADE WITH LOVE

Q. 두 분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효은: 현실적인 목표보다 제가 지향하는 것을 지키고 싶어요. 넓어지는 것보다는 더 깊어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올라이트 포에버! 창집: 동네의 작은 기쁨이 되는 문방구 할아버지요. Q. 앞으로의 올라이트는? 효은 & 창집: 기록하고 싶은 문구류가 가득한 문구점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신선하고 개성 있는 문구류를 계속 만들어야겠죠. 그런 문구류를 계속 만들려면 저희 안에 신선하고 충만한 에너지가 돌아야 해요. 그런 이유를 핑계 삼아 여행을 자주 떠나려고 해요. 좋은 것을 흡수하고 그 에너지를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기록광 분들에게 흘려보낼 수 있는 올라이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