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에서 최고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감동을 끌어내거나 아티스트와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합니다.” 노르웨이에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립 레이블 Smalltown Supersound를 운영해 온 Joakim Haugland가 말했습니다. Haugland에게 레이블은 사적인 영역이었습니다. 이름부터 DIY식의 시작, 그리고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음악적 성과까지 모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레이블은 제 인생의 사운드트랙과 같습니다. 그 시점에서 제가 듣고 있는 음악을 항상 반영하고 있거든요.” Smalltown Supersound는 워낙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다루기 때문에, 어떤 이는 Todd Terje의 nspector Norse 같은 앤섬 트랙을 통해 이 레이블을 처음 접했을 수 있고, 또는 Kelly Lee Owens, Lindstrøm, Neneh Cherry, Actress 같은 아티스트들의 확장된 라인업을 통해 알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캐나다 작곡가 Kara-Lis Coverdale의 From Where You Came,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국 출신 전자음악 프로듀서 Barker의 Stochastic Drift 같은 음반을 발매하며 여전히 Smalltown Supersound는 어떤 장르로도 규정되기를 거부합니다. 이번 칼하트윕 라디오에서는 Joakim Haugland와의 인터뷰를 통해 노르웨이의 한산했던 음악씬을 통해 어떻게 그가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게 되었는지, 음악에 대한 ‘팬’의 호기심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번 라디오 쇼를 위한 믹스를 만들며 그의 시각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들어보았습니다.

현재 오슬로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원래부터 레이블의 중심이 이 곳이었는가? Joakim Haugland: 아니요, 처음에는 노르웨이 남서부의 작은 도시 Flekkefjord에서 시작했습니다. 제가 자란 곳이죠. 레이블 이름이 그렇게 지어진 것도 이해가 된다. Joakim Haugland: 네. 그 당시에는 제 동생과 함께 테이프를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그때 제가 하고 있던 여러 일 중 하나였죠. 그러다가 1996년에 학업을 위해 오슬로로 이사했고, 그 이후로 줄곧 이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재, 이 시점에서는 고향보다 오슬로에서 더 오래 살았지만, 레이블 이름은 그대로입니다. Smalltown Supersound는 작은 마을의 침실에서 탄생한 레이블이니까요. 당시 노르웨이의 음악씬은 어땠는가? 특별한 흐름 같은 게 있었나? Joakim Haugland: 좋은 질문이네요. 당시까지 노르웨이에서는 인디 음악 신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초에 Motorpsycho라는 밴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죠. 그들은 당시 유행하던 그런지(grunge) 사운드를 노르웨이로 가져왔어요. 처음으로 우리 같은 청소년들이 ‘아, 우리나라에서도 뭔가가 일어나고 있구나. 이게 해외에서도 통하는 음악이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그런지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노르웨이에서도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Motorpsycho는 저에게 정말 중요한 존재였어요.

미국의 SST, Drag City, Sub Pop, Warp 같은 몇몇 레이블 외에도, 저에게 영감을 준 노르웨이의 작은 레이블 두 곳이 있었어요. 하나는 T23이라는 곳으로, Munch라는 밴드의 음악을 냈죠. The Residents, Einstürzende Neubauten, Throbbing Gristle을 섞어놓은 듯한 밴드였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오슬로에 기반한 dBut이라는 레이블로, Per Platou라는 인물이 운영했어요. 이곳은 초기 Deathprod의 음반을 냈고요. dBut은 늘 특별한 음악을 냈어요. 대개는 실험적인 음악이었고, 마치 문학 작품을 교환하는 듯한 감성이 있었죠. 그냥 레이블이 아니라, 거의 시(詩) 같았어요. 그래서 2019년에 제가 다시 Deathprod의 음악을 발매했을 때는 일종의 ‘완전한 순환’처럼 느껴졌어요. 저에게 또 하나 큰 영향을 준 건 TV 시리즈 Twin Peaks였어요. 제가 자란 마을과 너무 비슷한 풍경이 나오는 데다, 당시에는 음악보다 영화를 더 좋아했거든요. Twin Peaks는 제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꿨어요. 그걸 계기로 프랑스 누벨바그,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같은 영화의 세계로 빠져들었어요. 고등학교 시절엔 영화 관련 강연도 했고, 영화관에서 영화 동아리를 만들고 일도 했어요. 또 광고 회사에서도 일했고, 친구들과 함께 록 클럽을 열고 페스티벌도 주최했어요. 그 모든 걸 제가 16~17살 때 했던 거예요. 왜냐하면 제 고향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1992년 11월, Sonic Youth 공연을 보러 오슬로에 갔던 기억이 나요. 그때 오프닝 밴드는 당시 음반도 내지 않았던 Pavement였고요. 그리고 Sonic Youth를 통해 아방가르드 음악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죠. 열정적인 팬이었기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본인을 ‘팬’이라고 생각하는가? Joakim Haugland: 네. 그것도 아주 많이요. 그 팬심 덕분에 많은 우정과 기회를 얻었습니다. 1999년에 Sonic Youth의 Thurston Moore와 Jim O’Rourke를 오슬로에 초대했고, 5일 동안 함께 어울렸습니다. 그들을 위해 공연도 기획했는데, 시 낭송, 노이즈, 어쿠스틱 퍼포먼스가 함께 있었죠. 몇 년 후엔 그들과 어느 정도 친구가 되었고, 그게 저에게 아주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Sonic Youth가 Mats Gustafsson과 함께 녹음한 음악도 발매했어요. 비슷한 일이 Aphex Twin과도 있었고요. 1995년에는 그의 음반을 샀고, 2001년에는 그를 초대했죠. 함께 어울렸고, 오슬로에서 공연도 4번 열었어요. 에이전시 없이 제가 직접 기획했는데, 그땐 정말 그런 게 가능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레이블이 만들어졌지만, 어린 나이에 운영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Joakim Haugland: 맞아요, 처음부터 모든 걸 배워야 했어요. 전혀 아는 게 없었죠. 게다가 국내 수요나 시장이 크지 않아서 쉽지 않았어요. 미국이나 영국의 레이블들은 내수 시장이 있지만, 저는 거의 전부 수출 위주였어요. 그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점도 있었어요. 아티스트들과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고,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거든요. 어떤 경우엔 리믹스를 계기로 시작되기도 하고, 제가 먼저 연락하기도 하고, 때론 아티스트가 저를 찾아오기도 해요. 하지만 결국 제가 정말 감동하거나 개인적인 연결이 있어야, 프로젝트에서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동기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Joakim Haugland: 말씀하셨듯이, 전 지금도 ‘팬’입니다. 여전히 음반을 많이 사요. 그런 방식이에요. 17살 때보다 지금이 더 궁금한 게 많고 흥미롭죠. 그건 지식이 많아졌기 때문인데, 그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레이블의 사운드도 여러 번 변화를 겪었다. 초기에는 Bjørn Torske, Lindstrøm, Prins Thomas, Todd Terje 등 클럽 지향의 노르웨이 아티스트를 주로 발매했는데, 요즘은 Actress, Barker 같은 전자음악가나 Kara-Lis Coverdale 같은 현대 클래식 작곡가도 발매하고 있는 듯하다. Joakim Haugland: 정말 날카로운 지적이네요. 오랜 시간 레이블을 운영하다 보면 당연히 변화가 생기죠. 그리고 제가 혼자 모든 결정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취향이 커짐에 따라 레이블도 성장하게 되는 거예요. 다른 레이블처럼 A&R이나 스카우터가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게 저의 개인적 판단이에요. 틀리면 저 자신을 탓할 뿐이죠. 이 레이블은 제 인생의 사운드트랙 같아요. 그 시기마다 제가 듣고 있는 음악을 반영하죠. 그리고 런던이나 뉴욕 같은 중심지에 기반하지 않은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곳에서는 똑같은 트렌드를 쫓는 데 매몰되기 쉽지만, 저는 그런 걸 하지 않아요. 오히려 긴 커리어를 가진 사람을 찾죠. Actress 같은 경우, 저는 그가 나중에 현대음악 작곡가나 오페라를 만드는 아티스트가 될 거라고 봐요. 그런 게 제가 바라는 방향이에요. Smalltown Supersound는 트렌드를 초월하길 바라요. 예를 들어 Jim O’Rourke와도 여러 작업을 해왔는데, 그는 시카고 시절부터 지금의 일본에서의 모습까지 진정한 예술가의 발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예요. 그런 음악적 성장은 제게 굉장히 큰 영감을 줍니다. 지금도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재미가 있나? Joakim Haugland: 네, 그럼요. 하지만 전 항상 ‘최신 유행’을 쫓는 타입은 아니에요. 먼저 찾아내야겠다는 욕심도 없고요. 누군가는 항상 온라인에서 뭔가를 찾고 믹스를 듣고 그러지만, 저는 그냥 음반을 사요. 그러다 보면 가끔 정말 좋은 음악을 발견해요. 그 아티스트가 아직 레이블에 속해 있지 않거나, 셀프 릴리즈를 하고 있거나, 혹은 새 레이블을 찾고 있는 경우죠. 16~17살 때만큼 지금도 새로운 정보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요. 전 그냥 아티스트랑 만나서 커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결과물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게 꼭 문제는 아니에요. 때론 거기서 무언가가 시작되기도 하죠. 저는 여전히 아티스트가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듣는 게 좋아요. 그러면 저도 그 음악을 듣게 되니까요.

이번 칼하트윕 라디오를 위한 트랙은 어떻게 선정했는가? Joakim Haugland: 이번 작업은 특별했습니다. 믹스를 만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처음에는 미니멀하고, 앰비언트하고, 코스믹한 사운드가 주가 되고, 중간에 실험적인 것들이 섞일 거로 각했어요. 하지만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죠. 정말 아름다운 경험이었어요. Aphex Twin이 Supreme을 위해 만든 믹스인 Mostly Mellow를 듣게 됐는데, 그게 제 머릿속에 남았고,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그게 이번 믹스 작업 전체에 영향을 줬어요. 결국 이 믹스는 아주 듣기 편하고 부드러운 흐름이 됐고, 그 안에서 전 레이블의 또 다른 방향성을 발견했습니다. 예전에는 듣지 않던 오래된 앨범들을 다시 꺼내 듣게 됐고, ‘이건 끝났어’라고 생각했던 곡들이 이번 믹스의 핵심이 됐죠. 이번 기회를 통해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고, 제 스스로 레이블 카탈로그를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예상 못 했던 걸 발견했습니다. 처음엔 놀랐지만, 동시에 저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그 오래된 음악 안에서 지금도 유효한 퀄리티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이 작업이 레이블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믹스를 통해 지금껏 발견하지 못한 연결고리를 찾은 느낌입니다. 정말 벅차고 아름다운 기분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