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겸 프로듀서 듀오 Infinity Knives (본명 Tariq Ravelomanana)와 함께 활동 중인 Brian Ennals는 “우리는 혁명가는 아니지만, 혁명가들을 위한 사운드트랙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2020년 데뷔작 'Rhino XXL'을 발표한 이후, 볼티모어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이들은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실험적인 프로덕션과 타협 없는 날카로운 가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인종차별의 시스템, 사회적 불의 그리고 국가 폭력 등을 정면으로 다루며 전 세계적으로 열성적인 팬층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2022년, 이들은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독특한 짜릿한 프로젝트 King Cobra를 발표했습니다. 변형된 80년대 스타일의 신스와 포크 감성의 멜로디 위에 Brian Ennals의 날카로운 래핑이 어우러지며 독창적인 사운드를 완성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투어로 이어졌으며, 유럽 투어는 칼하트윕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습니다.
올해 4월, Infinity Knives와 Brian Ennals는 영국 레이블 'Phantom Limb'를 통해 새 앨범 <A City Drowned in God’s Black Tears>로 돌아왔습니다. 이 앨범은 사운드와 가사 양면에서 한층 진화된 실험성을 보여줍니다. Glitch 전자음악부터 사이키 포크, 둠 메탈, 쿰비아, 소울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Infinity Knives의 사운드 위로, Ennals의 날카롭고 강렬한 랩이 거침없이 쏟아집니다. 이번 달 칼하트윕 라디오에서는 Infinity Knives와 Brian Ennals가 함께 작업한 과거와 현재의 트랙들로 구성된 특별한 믹스셋을 선보입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인터뷰에서는 Brian Ennals가 자신을 '인간 혐오자(misanthrope)'라 칭하는 이유, 가사에 유머를 담는 방식 그리고 새 앨범이 유독 “날카롭고 신랄하게” 완성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Q. 어떻게 처음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서로의 어떤 창의적인 부분에 끌렸나요? Brian Ennals: 저희는 2018년에 본격적으로 함께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전까지는 약 5년 정도 친구로 지내왔죠. Tariq가 프로듀싱을 막 시작하던 2013년쯤, 저에게 먼저 연락을 줬었어요. 그 당시 저는 막 <Candy & Cigarettes>라는 앨범을 막 발표한 상태였어요. 우리가 실제로 협업을 시작했을 무렵엔, Tariq는 이미 훌륭한 프로듀서가 되어 있었고 저는 랩을 그만두고 가족과 보내는 삶을 우선순위에 두던 시기였어요. 마치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Guile에게 패배한 기분이랄까요. 그런데 Tariq는 항상 제 랩을 좋아해 줬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함께 제대로 된 작업을 해보자고 이야기가 됐습니다. Q.크리에이티브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Brian Ennals: 기본적으로 Tariq는 음악을 만들고, 저는 가사를 담당해요. 역할이 겹치는 부분도 있긴 해요. Knives가 자주 저에게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 가끔은 제가 프로덕션 방향에 대해 제안 하기도 해요. 하지만 대체로는 구분이 명확해요. 그가 비트를 만들고, 제가 라임을 쓰죠. (가끔은 그도 몰래 래퍼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긴 해요.)
Q.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 오면서 서로에게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Brian Ennals: 우리 둘 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서로 인간혐오자(Misanthropes)라는 걸 알게 됐죠. 겉으론 괜찮은 사람들이지만, 세상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동시에 보는 경향이 있죠. 또, 어떤 일이든 대충 해서는 안된다는 걸 함께 일하면서 깨달았어요. 각자도 잘하지만, 함께할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됐어요. Q. 두 분의 음악은 쉽게 장르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본인의 사운드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Brian Ennals: ‘Next’이에요. 다음 단계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죠. 거칠지만 동시에 리듬감도 있고 멜로디도 살아 있죠.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오히려 그 흐름과 시대정신을 뒤흔들고 우리 방식대로 이끌어 가고 싶어요. 힙합 중심이긴 하지만 장르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Q. 자신들의 음악이 힙합이라는 큰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완전히 독자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시나요? Brian Ennals: 전혀 들어맞지 않죠. 물론, 그 흐름에 맞춰 음악을 만들 수도 있어요. 근데 굳이 그래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메인스트림 힙합을 무작정 깎아내리는 그런 ‘RAP NERD’는 아니에요. 그저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뿐이에요. 우리는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사람들이 아니에요. 좀 괴짜 기질이 있어서, 우리가 만드는 음악도 좀 이상한데… 그게 또 멋지게 들리는 거죠. Q. 가사가 날카롭고 정치적인 메시지도 자주 담겨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가사를 쓰시나요? Brian Ennals: 그냥 평소에 제가 말하고 생각하는 방식 그대로 써요. 웃긴 생각이 떠오르거나, 뭔가에 열받고 나서 든 생각을 바탕으로 라임을 쌓아가기도 하죠. 가끔은 Tariq가 특정한 콘셉트를 던져줄 때도 있고, 그냥 제 흐름대로 써 내려갈 때도 있어요. 너무 복잡하게 계산하진 않아요. 리듬감 있게 흘러가는 걸 우선으로 하면서 듣는 사람 가슴에 꽂히는 말을 하려고 하죠.
Q. 유머와 부조리함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작업에서 풍자는 얼마나 중요한가요? Brian Ennals: 풍자가 목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유머는 확실히 중요하죠. 쓴 약을 삼키기 쉽게 해주는 탄산음료 같은 역할이라고 할까요. 사실 어렵지 않은데, 제가 꽤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요.) Q. 메인스트림에서 다뤄지지 않지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나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Brian Ennals: 저는 메인스트림 힙합에서 빠진 부분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은 크게 없어요. 다만 제가 해야 할 말과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할 뿐이죠. 요즘 힙합은 정말 잘 분열되어 있어요. 좋은 의미에서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메인스트림'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Q. 카타르시스트를 느꼈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한 가사가 있을까요? Brian Ennals: 당연히 있죠. 가장 최근 프로젝트 <A City Drowned in God's Black Tears>에 수록된 "The Iron Wall"이라는 곡이 그래요. 팔레스타인에 대한 현재의 집단학살을 다룬 곡인데, 그 주제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거예요. 작년에 Kneecap과 투어를 같이 했는데, 지금 그들이 겪고 있는 황당한 상황들을 우리 모두 보고 있잖아요. "The Iron Wall"은 그 일들이 벌어지기 전부터 쓰고 발표된 곡이지만, 우리가 어떤 반응을 마주하게 될지는 알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 권력에 맞서 진실을 말하려 한다는 사실 혹은 적어도 진심으로 그걸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어떤 해방감, 카타르시스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시스템적인 인종차별, 불평등, 자본주의 같은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Q. 정치적인 요소는 두 분의 예술적 비전에 어떤 역할을 하나요? Brian Ennals: 저는 특히 미국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이슈들이 제 '예술적 비전'의 일부라기보다는, 그냥 현실이에요. 세상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그런 문제들을 피할 수 없거든요. 제 벌스가 그렇게 나오는 건, 그게 지금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제가 어떤 활동가라서 그런 얘기를 쓰는 게 아니라, 제 세계관을 솔직하게 풀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주제들이 담기는 거예요. 결국, 그건 제 삶의 일부니까요. Q. 음악에 담긴 정치적인 메시지에 대해 리스너들이 어떤 방식으로 반응하길 바라시나요? Brian Ennals: 일단 음악을 즐겨줬으면 해요. 그리고 그 안에서 뭔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영감을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죠. 우리는 스스로를 혁명가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의 음악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죠.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티켓이든 바이닐이든 머천다이즈든 많이 사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좀 빠듯하거든요.
Q. 음악 속 메시지 때문에 반발을 받은 적도 있나요? Brian Ennals: 이번 앨범이 처음이에요. 어떤 가사에 정말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대부분은 악의적이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얘기들이라서 오히려 잘 자극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게 애초에 의도한 바이기도 하고요. Q. 이번 앨범의 작사와 녹음 과정은 이전 작업물인 <King Cobra>와 무엇이 달랐나요? Brian Ennals: <King Cobra>는 우리가 정말 자주 붙어 다니면서 만든 작업이었어요. 음악 듣고, 식당 가고, 같이 돌아다니면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함께 풀어나갔죠. 그런데 God's Tears는 완전히 달랐어요. 개인적으로 여러 일이 있었고, 상황도 많이 달라졌죠. 솔직히 말하면, 2024년의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은 상태는 아니었어요.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작업도 혼자 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스튜디오에 가서 녹음하고 바로 나오는 식이었어요. 그냥 딱 그 정도. 그래도 결국은 우리가 해냈고요. 오히려 <King Cobra> 때처럼 붙어 다녔다면, 이렇게 날카롭고 독한 앨범은 안 나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Q. 이렇게 다층적인 음악을 라이브 환경에서는 어떻게 구현하시나요? Brian Ennals: Tariq랑 우리 엔지니어 Frankie Malvaiz가 공연용 모듈레이터를 하나 만들었어요. 그걸로 Knives가 제 보컬을 실시간으로 멋지게 변조할 수 있죠. Knives는 또 Roland SP Sampler로 비트도 계속 조작하고요. 그래서 공연마다 그 특유의 날 것 같고 혼란스러운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어요. 같은 곡이라도 매번 다르게 들리는 이유죠. Q. 공연 중에 즉흥적으로 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구체적으로 틀을 잡아서 진행하는 편인가요? Brian Ennals: 매 공연마다 셋 리스트를 거의 새로 짜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건 아니지만, 우리가 스스로 흥미롭다고 느낄 만큼은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 우리가 재밌어야 관객들도 더 잘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공연 중에 농담도 자주 해요. Knives가 저보고 못생겼다고 하면, 저는 그만 좀 떠들고 버튼이나 누르라고 하고요. Q. 현재 심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진을 보내주실 수 있나요? Brian Ennals: 가상의 캐릭터 Chuck E. Cheese가 실제로 체포된 장면이에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의 어처구니없음을 이보다 잘 표현하는 게 있을지 모르겠네요.
Q. 다가오는 투어 일정이 있나요? Brian Ennals: 그럼요! 9월 말에서 10월 초에 미국 몇 곳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고,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는 유럽 전역 투어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Anniversary 소속 에이전트들, Earth Agency의 Andy, 그리고 새 매니저 Ben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덕분에 일정이 잘 준비됐습니다. Q. 꼭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꿈의 협업 상대가 있나요? Brian Ennals: Tariq는 지금 가장 좋아하는 밴드가 Tropical Fuck Storm인데, 그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꿈이라고 했어요. 사실 이번 9월에 볼티모어에서 그들의 오프닝 공연도 하게 됐죠. 전 개인적으로 D’Angelo와 작업해 보고 싶어요. 꼭 노래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그가 진행하는 세션에 함께 앉아 그 황홀한 분위기를 느끼고 직접 체감하고 싶어요. Q. 듀오로서 어떤 유산을 남기고 싶나요? Brian Ennals: 우리가 정말 멋지게 해냈고, 질 떨어지기 전에 멈췄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Q. 인생이 그저 일만 하는 걸까요? Brian Ennals: 절대 아니에요. 인생은 가족이고, 술 취해서 싼 중국식 뷔페에 가서 스시 때문에 배 아파하는 그런 거죠. 인생은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곳에서 서로 돕는 거고요. 일은 대부분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에요. 사실 그게 인생에서 가장 마지막에 오는 것 같고요. 엉망으로 일해도 상사가 알아차리지 못할 거예요. 걔도 뭣도 모르고 엉망으로 일하니까요. 음악이 일이긴 하지만, 전 음악을 일로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도.